원문 : http://ch.nicovideo.jp/dengeki-bunko/blomaga/ar251427

후시미 츠카사 씨가 집필 중인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x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콜라보레이션 소설 3화입니다.



 "켁! 사람이 있네!?"


 이 쪽을 향해 달려오던 성게머리가, 우리들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도망가지말라고ㅡ!!"


 파지지지지지직!

 갈색 머리의 소녀가 쏜 격렬한 전류가 그의 등 뒤를 덮쳐왔다.

 

 "아아아아! 이 바보가!"


 성게머리는 잽싸게 뒤돌더니, 전류를 향해서 '오른팔'을 내밀었다.

 착탄, 그리고는 눈을 못 뜰 정도로 눈부신 스파크가 일어났다.

 빛과 굉음이 잦아들고…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성게머리는 상처 하나없이 나와 키리노를 지켜주려는 듯 막아서고 있었다.


 "후우… 위험했다ㅡ"


 그는 오른팔을 내민 채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편, 우리를 뒤에서 지켜보던 키리노로 말하자면…


 "우와… 이게 '환상살(이매진 브레이커)'인건가.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다니 럭키~."


 이 녀석 여유롭구만.

 성게머리가 우리를 향해 돌아서서 걱정스레 물었다.


 "어이, 다친 데는 없냐?"

 "아마도 괜찮…은거지?"


 키리노에게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네."


 그는 상쾌하게 씩 웃고는, 곧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긴 나한테 맡기고, 빨리 도망가라."

 "잠깐!!"


 갈색 머리의 소녀가 딴죽을 걸었다.


 "너, 왜 날 악역처럼 다루는건데!"

 

 "일반인한테 10억 볼트 짜리 전류를 쏴 놓고 무슨 소리야. 아무리 봐도 악역이잖아."


 확실히 지금 저 아가씨, 지나가다가 자판기 걷어차댈 것 같이 무서운 얼굴 하고 있네.


 "10억 볼트 짜리 전류를 맞고도 멀쩡한 네가 어떻게 일반인인데! 애초에 이건 네가…!"

 "화 낼 때마다 온 몸으로 찌릿찌릿거리지 말라고! 일반인 분들이 겁 먹잖아!"

 "크읏…!"


 소녀가 전신에 휘감고 있던 스파크가 점점 옅어져간다.

 

 "…이걸로 됐지?"

 "…아직도 파지직거리고 있잖아."

 "윽!"


 빠직! 하고, 한 층 더 강한 전류가 솟아났다.

 아무래도 저 애의 감정과 연계되어 있는 듯 하다.

 화내는게 빤히 보여서 편하구만. 내 여동생한테도 저런 기능이 있으면 좋을텐데.

 소녀는, "흥, 알았다구." 라며 기분 나쁜 듯 콧방귀를 뀌고는 "…후, 하…" 하며 몇 번인가 심호흡을 했다.

 그걸로 완전히 소녀를 감싸던 전류가 멎었다.


 "이제 어때?"

 "…후우, 겨우 안전해졌나."

 "그러니까 사람을 위험한 물건 취급하지 말라고."


 식은 땀을 닦는 성게머리에게, 갈색 머리 소녀가 딴죽을 걸었다.

 그 둘 사이에 오간 대화는 사랑싸움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 경계심도 차츰 옅어져갔다.

 자기 입으로도 말했지만,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겠지.

 그런데 저 애,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아까부터 우리가 실컷 이야기하고 있었던ㅡ

 


 "미코토씨."


 키리노가,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

 "미사카 미코토씨, 맞으시죠. 그리고, 카미조 토우마씨."

 "…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어?"


 키리노가 '카미조 토우마'라고 부른 성게머리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게 키리노를 쳐다봤다. 한 편, '미사카 미코토'라고 불린 여자애는 "앗!" 하며 키리노를 가리켰다.


 "설마…."

 "오늘 같이 니코나마(*)에 나가게 될 코우사카 키리노입니다." (* 니코니코동화 생방송 - 역자 주)

 "여, 역시!"


 미코토는 명백하게 '이런…!'하는 표정이 되었다.

 손바닥으로 머리를 탁 치며,


 "우와ㅡ, 저질러버렸다. 아ㅡ, 그, 뭐라고 해야… 처음 뵙는데 이런 일을…."


 풀이 죽어버렸다.

 그 모습은 평범한 여자애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아까까지 분노와 함께 스파크를 일으키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다.

 미코토는 카미조를 찌릿 하고 노려보았다.


 "너 때문에 이상한 오해를 사버렸잖아."

 "오히려 정확하게 인식된 것 같…."


 빠직!


 "…아무 것도 아닙니다."

 "흥."


 미코토는 전류를 거두더니, 엄청 정중한 말투로 키리노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코우사카 키리노씨. 미사카 미코토라고 합니다. 방금 약~간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보통은 그런 일 없으니까요."

 "아, 괜찮아요. 오해같은거 안해요."

 "네?"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인덱스)'도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레일건)'도 다 읽어서요. 미코토씨에 대해서도, 카미조씨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양 손을 맞잡고, 반짝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미코토를 바라봤다.


 "아, 저기, 그…."


 어떤 반응을 해야될지 곤란해하는 미코토에게, 쿠로코가 말을 건넸다.


 "언니, 정말이에요. 아까도 저랑 키리노씨랑, 언니 토크를 한참 했다니까요. 후후후… 저 분, 저랑 호각으로 붙을만한 재능의 소유자시라구요."

 "그, 그래."


 아, 경계하는 눈빛이다.


 "아뇨, 뭐, 하하~ 그 정도까지는."


 너도 좀 쑥쓰러워 하지마라. 쿠로코는 칭찬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자랑거리가 절대 아니라고.


 "…으음, 나도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를 읽어뒀으면 좋았을걸. 학원도시에서도 팔고 있으려나."

 "저도 아직이지만, 우이하루가 말하길 안티스킬 사이에서도 엄청 유행하고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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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S'제 1화에서.

(C)鎌池和馬/冬川基/アスキー・メディアワークス/PROJECT-RAILGUN S



 "아, 그렇구나."

 "저기ㅡ"


 카미조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같은 느낌으로 손을 들었다.


 "……난 전격문고 편집부에서 불러서 온거라, 무슨 일인지 사정을 전혀 모르겠는데."

 "어라? 이 유인원 아직도 있었나요?"

 "나도 좀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고 싶은데 말야."


 하고, 카미조가 뺨을 긁었다.

 여성진들한테 벼락 세례를 받질 않나, 차가운 말을 얻어먹질 않나… 묘하게 친근감이 솟는 녀석이네.

 미코토가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일단, 여기 두 분을 대기실로 안내하자."

 "그거 말인데요, 대기실은 방금 언니가 부수신거 아니에요?"

 "앗."


 '그랬지'라고 말하는 듯 입을 벌리는 미코토.

 

 "그보다, 키리노라고 불러주세요. 저도 미코토씨라고 부르고 있으니."

 "그러네. 그럼, 서로 좀 더 가벼운 느낌으로."

 "좋아."

 "지금 스태프한테 물어봤어요. 언니랑 키리노씨는, 바로 스튜디오로 가시라고 하네요."


 쿠로코가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우리는?"


 내가 물었다.


 "새 대기실을 준비해주신다는 모양이니까 그 쪽으로 가시면 되겠네요. 제일 안 쪽 방이니까, 가보면 바로 아실거에요."

 "그럼 우리는 스튜디오로 가자."

 "그래. 나, 미코토씨랑 이야기하고 싶은거 엄ㅡ청 많이 있어!"


 여자들은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가버렸다.

 ㅡ남자 두 명을 남겨두고.


 "……."

 "……."


 둘은 말 없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안되겠다, 묘하게 거북하잖아.

 카미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결국, 나한테 설명은 안해주는구만."


 그 기분은 엄ㅡ청 잘 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어느 순간 소동에 휘말린다던가….

 그런 일, 꽤 자주 있지.


 "그, 그럼 내가 설명해주지."

 "…고맙다."


 우리는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하면서 대기실로 향했다.



  *



 대기실은 긴 테이블과 파이프 의자가 비치된 심플한 방이었다.

 방의 가운데 벽면에는, 키리노와 미코토의 등신대 POP과 액정TV가 있다. 아마 이 화면으로 생방송을 보여주는 모양이다.



 "오~ 키리노 등신대, 꽤 잘 만들어졌네."


 아야세가 하나 갖고 싶어할 것 같네.

 카미조가 미코토의 등신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까도 말이지, 이렇게 미코토 등신대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본인이 들어오더니 전기를 날려댔다고.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아ㅡ… 그런데 그거, 그냥 쑥쓰러운거 감추려고 그러는거 아냐?"

 "…그렇다고 제대로 맞으면 골로 갈 듯한 전기를 날려대는게 말이 되냐."


 보통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 여동생한테 미코토와 같은 능력이 있었다면 분명 똑같은 짓을 했을거다.

 나와 카미조는 TV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래서, 이번 기획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미사카가 네 여동생이랑 같이 니코나마에 나간다는건 알았는데, 아직도 내가 왜 불려왔는지를 모르겠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동생이 같이 가자고 강요한거 아니었냐?"

 "그렇긴 한데, 그 다음에 나한테도 전격문고 편집부에서 소환장이 날아왔어."

 "헤에… 그렇다면, 역시 모르겠구만."

 "우리가 여기 있어야되는 이유가 있는건가?"


 나는 카미조와 서로 마주보았다.


 "…이런이런. 뭔가, 영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데."

 "우연이네. 나도다. 이 건물에 들어온 순간부터 불행한 기척이 느껴진다고."


 불행한 기척이라니 대체 뭐냐.

 이 때 내가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을 미리 읽어봤더라면, 이 녀석한테서 쏜살같이 도망쳤을거다.

 이 녀석이 말하는 '불행'은, 진짜 말로만 불행이 아니니까 말이지.

 그러나 슬프게도, 이 때의 나는 카미조 토우마라고 하는 나 이외의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면서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던거다.

 같은 전격문고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주위의 여자들한테 시달리는 입장인 것도 비슷하니, 어쩌면 동지의식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 일을 겪고서, 나는 타 장르의 녀석들과 콜라보를 하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만.

 그건 조금 나중의 이야기이다.


 "카미조. 넌 평소에 뭐하냐?"

 "입원해있지."

 "응?"

 "요즘엔 정말로 싸우고, 엄청 깨지고, 입원하는 일의 반복이라고."


 카미조는 힘없이 어깨를 떨궜다. 업무에 지친 회사원같은 모습이었다.


 "……헤, 헤에."


 이런, 지뢰를 밟았나.

 그러고보면 이 녀석, 배틀계 작품의 주인공이었던가.


 "특히 8월이랑 9월은 진짜 심했다고. 날마다 새로운 적과 싸웠다는 느낌이지. 영화의 시간대도 설마했는데 그 9월이고, 직후에 대패성제에서 사투를 벌여댄 내 스케쥴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거냐고. 작가는 나랑 


하이무라 키요타카 선생님(**)을 너무 혹사시킨다니까." (** 금서목록 삽화가 - 역자 주)

 "너도 고생하는구나."

 "뭐, 그렇지. 그나저나 나도 여기 오기 전에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영상을 살짝 보고왔는데, 네가 스핀걸린 공 마냥 날아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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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제 10화에서



 "…아ㅡ, 그거."

 "꽤 위험해보이는 적이었지 그거. 성인(聖人)이 사용하는 '천사의 힘(텔레즈마)'가 떠오르더군. …아쿠아랑 견줄만 하려나."

 "…아니, 확실히 아야세는 2권의 보스 캐릭터기는 했지만 마술사도 능력자도 성인같은 것도 아냐."


 아야세와 비교되고 있는 아쿠아가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사'라는 단어를 볼 때 역시 자기 생각에 잘 빠지곤 하는 미소녀라던가. 뭐 그런 사람이려나.

 그렇다면 조금은 보고 싶어지는군.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입원하는거야 좀 안됐다만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면, 너 꽤 인기 있는거 아니냐?"


 배틀물의 주인공은, 전투를 거듭할 때마다 플래그를 세워서 수많은 처를 거느린다고 들었다.

 나는 조금도 인기없으니까, 정말이지 그 비결이 듣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카미조는 손을 마구 저어대면서


 "아니아니, 전ㅡ혀. 조ㅡ금도 인기같은거 없다고!"

 "진짜로?"

 "정말이라니까. 확실히 여자애랑 만나는 일은 엄청 많지만, 네가 말하는 그런 꿈 같은 전개는 나한텐 전혀 일어나질 않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불행해'라는 말이 입버릇이 될리가 없으니까!"


 카미조는 격한 몸짓으로 부정했다.

 나는 다시 한 번 확인해봤다.


 "그 쪽 주변엔 히로인이 엄청 많은 것 같던데. 인기없다고 말은 해도, 한 명 정도는… 예로 흔히 있는 설정이지만, 미소녀랑 한 집에서 산다던가 그러지 않나?"

 "…여자인 식객이 있긴 있다만, 걔(인덱스)는 식욕의 화신이라고…."


 카미조는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이 녀석, 불쌍한 놈이었군….

 그렇게 열심히 싸우는 데도, 미소녀와 플래그가 하나도 안서다니.


 "뭐, 내가 불행하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었던 녀석도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쁜 일만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듯 웃는 카미조의 얼굴은, 진심으로 멋있다고ㅡ


 "아ㅡ! 그건 그렇고 만남이 필요하다고! 나도 한 번 쯤 여자애들한테 인기있었으면!"


 ㅡ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한 마디로 날아갔다.

 이런 점은 흔한 남고생이랑 똑같네.

 정말 이 녀석, 몇 번이고 사선을 거쳐왔던 전사가 맞는건가.


 "어휴, 넌 좋겠네. 귀여운 여동생이 있어서! 나중에 소개시켜 달라고!"

 "거절한다."

 "단칼에!?"

 "너 같이 불행한 놈한테, 여동생은 못 줘."

 "크으… 정론이구만…. 내가 너라도 반드시 그렇게 말할…"


 생각 외로 정신적 데미지를 입은 듯한 모습의 카미조에게, 나는 격려해주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미코토씨한테 잔뜩 사랑받는거 아니냐?"


 내 말을 듣자, 카미조가 눈썹을 찡그렸다.


 "너, 눈 괜찮은거 맞냐? 아까 그 소동을 보고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냐?"

 "꽤 사이좋아 보였는데."


 뭐라고 할까, 사랑싸움 같아서.


 "걔가 날 좋아하는거면, 만나자마자 전기로 구워버리려고 한다던가 하진 않잖아?"


 뭐, 일리는 있다. 하지만… 내 특수한 경험을 총동원해서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그럼, 너네 둘은 무슨 관계인데?"

 "……음, 그렇게 물어봐도 말이지. 여러가지로 복잡하다니까."


 카미조는 꽤 시간을 들여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나이답고, 믿음직스러운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지금 한 말, 실수로라도 걔한테 말하지 마라."


 미코토가 이 녀석한테 듣고 싶은 말은 절대로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카미조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야, 전도다난이구만….


 "그런 것보다 이 TV, 뭐 때문에 있는 것 같냐?"


 카미조가 가리킨 것은 방 가운데에 떡하니 놓인 액정 TV다.

 니코나마인가 뭔가 하는데에서 방송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설마할 것도 없이, 이걸로 키리노랑 미코토씨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라는 거 아냐?"

 "역시 그런가. 근데, 그건…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저쪽은 알고 있는건가?"

 "…글쎄."


 모른다면 뭐 어쨌다는거지?


 "…뭐, 됐다."

 "됐지 뭐."


 실제로는 영 좋지 않았지만, 그 얘기는 나중에.

 우리는 그 후로도 잡담을 계속했다.

 마침 카미조한테서 '자취하는 남자를 위한 간단 레시피'에 대해서 배우고 있던 때에, TV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이어서,「내 여동생」×「초전자포」! 어떤 전격소녀(콜라보)의 인생상담(걸즈 토크)가 방송됩니다! 게스트는 전격문고가 자랑하는 두 인기 히로인, 미사카 미코토씨와 코우사카 키리노씨입니다! 두 사람의 걸즈 


토크를, 생방송으로 여러분께 보내드립니다!'


 "오, 슬슬 시작하는 것 같은데."

 "하아~, 불행한 예감이 점점 강해지는데… 볼 수밖에 없겠지."

 "그래."

 

 우리는 조금 의욕없이, 액정 TV를 쳐다봤다.


 '자, 오늘의 게스트입니다. 나와주세요~~~♪'

 

 그렇게 해서 내 여동생과 미사카 미코토의 대담(對談) 프로그램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코우사카 키리노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미사카 미코토입니다."

 "미코토씨, 그럼 오늘 잘 부탁해!"

 "나야말로… 그보다 너, 엄청 익숙하네."

 "뭐, 그렇지. 이런 이벤트는 벌써 몇 번 해봤으니까. 미코토씨도 열 번쯤 하면 익숙해질걸."

 "아니, 그렇게 몇 번이고 출연할 예정은 없으니까."


 아무래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형식인 듯 하다.

 사회자 누나가 화면 끝쪽에서 대기하고 있긴 한데… 키리노는 자기가 알아서 하려고 하겠지.

 아까보다 사이가 더 좋아진 듯, 두 사람의 대화는 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전격문고가 자랑하는 미소녀인 우리들의 걸즈 토크를 시청자분들께 보내드리려 하는데!"

 "미소녀라고… 자기 입으로 잘도 말하는구만."

 "맞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


 그걸 보고 있던 우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짜증나는 콤비네."

 "맞는 말이다."


 화면 너머에서, 미코토가 말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할건데?"

 "바로, 연애상담!!!"

 "…네?"

 "타이틀에도 그렇게 적혀있잖아?  '어떤 전격소녀(콜라보)의 인생상담(걸즈 토크)'라고. 그리고 여자 애들이 수다 떤다고 하면 역시 사랑 얘기니까 '연애상담'인거지."

 "연애상담? 음… 네가, 나한테?"

 "아니라니까, 그 반대야."


 키리노는 미코토를 가리키고,


 "미코토씨가, 나한테 연애상담하는거야."


 이어서, 자기 얼굴을 가리킨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던 미코토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아아아아아ㅡ? 내, 내내내, 내가, 너한테 연애상담!?"

 "응. 미코토씨 말야~, 마음에 걸리는 사람, 있지?"

 "……읏!?"


 미코토의 얼굴이 확 하고 새빨개졌다.

 정말로 귀엽고, 알기 쉬운 반응이었다.

 

 세상 사람들한테 '둔하다'던가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는, 그런 나도 일목요연하게 알아챌 정도로.


 "……어이, 카미조."


 '미코토의 애인 후보'는, 이 발언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하고 당사자를 쳐다보니…


 "헤에, 미사카 녀석, 좋아하는 사람 있었구나."

 "…너, 너란 놈은!"


 나를 놀래킬 정도면 진짜로 막장이라고, 임마.

 한 편, 화면 너머에서는 키리노와 미코토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미코토씨, 이제 그만 인정하라고. 츤데레 발언으로 날 속이려고 해도 소용없으니까. 전권 다 읽었으니까."

 "크…읏! 그, 그럼… 나한테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 치고!"

 "'있다 치고'라기보다, 있지만 말야."

 "있다 치고!"


 쾅 하고 테이블을 내려치는 미코토.

 빠직 하고 전류가 요동쳤다.


 "전기는 좀 쓰지 말지! 살짝 찌릿거렸다고! ㅡ알겠으니까. '있다 치고'지. 이제 그걸로 됐으니까. 그래서?"

 "나한테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 치고… 어째서 넌 날 위에서 내려다 보듯이, 라고 할까… 연애 선배같은 태도인데?"


 조금씩 찌릿 거리고 있는 미코토에게 키리노는 태연하게 말했다.


 "응? 내가 더 잘 아니까 그런건데?"

 "뭣!"

 "아, 혹시~, 자기가 더 잘 안다고 생각했던거야? 그런거라면 미안한데?"

 

 정말 빡치는구만.

 역시, 라고 해야하나. 내 여동생은 다른 사람과 콜라보를 할만한 인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미코토는 여전히 빠직 거리면서도, 표정만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


 "아,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근데 키리노, 너보다 내가 더 위겠지. 전투력으로도, 연애로도."


 전투력은 당연한거지만 말이지.


 "내가 전격문고 작품 히로인으로서 선배니까, 오히려 네 연애상담을 내가 들어주는게 모양새가 나오지 않을까?"

 "아니, 미코토 선배한테 연애상담이라니, 초등학생한테 하는게 낫지."

 "초등…!"


 진짜 그렇다고 해도, 해도 괜찮은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이 있잖냐.

 저 녀석은, 눈 깜짝할 새에 자기를 숯덩이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능력자랑 잘도 저렇게 말싸움을 할 수 있다니.


 "…꽤 떠드는데.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면, 너는 연애경험이 꽤 풍부한가보지?"

 "뭐, 그렇지. 벌써 15년이나 동거하고 있으니까."

 "!!!"

 "고백도, 한참 전에ㅡ 구체적으로는 2권에서 끝내버렸고."

 "빠, 빨라…!!!!"

 "3권에서는 러브호텔도 갔지 뭐야♪."

 "러브호…!"


 미코토는 경직된 채로 간신히 말을 짜냈다.


 "…저, 정말로?"

 "응, 정말로. 이런 걸로 거짓말 해봤자, 보고 있는 사람들한테 금방 들키잖아? 그치?"


 하고는 손가락 끝을 입술에 대더니, 카메라를 보며 '쉬-잇'하며 시청자들을 입막음하는 키리노.

 너, 미코토가 '내여귀'를 안 읽어봤다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막 말하는구만.

 확실히 거짓말은 안했지만 말이지.


 "우린 지금쯤 12권 나오고 그런 느낌인데, 구 시리즈 22권 + 외전 2권 + 신약 7권 + 단행본 1권 + 애니메이션 특전 3권 + 스핀오프 8권, 총합 44권이나 나온 그 쪽은, 지금 어떤데?"


 엄청나구만, 그렇게나 많이 나왔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미코토가 기세 좋게 말했다.


 "초전자포 1권에서 벌써 손 잡았고!"

 "지어내느라 고생하시네. 전기 흘려넣으려고 했던 것 뿐이잖아."

 "가, 같이 해외여행도 갔고! 하와이로!!"

 "테러가 일어났었잖아."

 "!!!!!"

 "결국 반지도 못 건네줬고."

 "!!!!!!!!!!!!"

 "더 할거야?"

 "……………."


 가차없구만.


 "……………아, 아직 있어!"


 멘탈이 날아갔던 미코토가, 벌떡 하고 일어나듯 정신줄을 잡았다.


 "정말로오?"

 "저, 정말이라고!"

 "그럼 묻겠는데, 최근에 그 사람이랑 괜찮게 이야기할만한 찬스가 있었지."

 "…그건가 …그 때 얘긴가…."

 "그 때 미코토씨는, 뭐 하고 있었는데?"


 미코토는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그 …성인과 싸웠다던가…"

 "후우…… 이거라고…."

 "뭐야, 그 한숨! 무슨 의미냐고!!"


 미코토는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키리노에게 삿대질을 했다.

 키리노는 불손하게도 턱을 굈다.

  

 "아니, 그 때 미코토씨 멋있었어. 전투 씬도, 그 마무리 대사도, 정말로 멋있었다구? 근데…."

 "그, 근데?"

 "마음을 전해야 할 상대한테, 잘 전해지질 않았네."

 "크읏…!"


 미코토는 분한 듯 이를 갈았다. 꽤나 먹혀들어간 것 같다.


 "금서만으로 36권이나 있는데, 지금까지 뭐했어?"

 "무직자 청년한테 설교하는 전 총리같은 말투를…!!"


 잘난 듯이 말하고 있지만, 키리노도 남 얘기 할만한 처지는 아니지.


 "그리고, 이건 독자 모델로서의 충고인데…."


 키리노는, 미코토의 발목을 가리켰다.


 "미코토씨는, 언제까지 루즈 삭스 신고 있을거야? 좀 낡은거 아냐?"

 "루즈 삭스는 말하지 말라고오오오ㅡ!!!!!"


 빠지지지직!!!

 스튜디오에 격한 전류가 요동치며, 화면이 일그러졌다.

 검게 변해버린 화면을 보며, 조용히 카미조가 중얼거렸다.


 "…결국 미사카의 역린을 건드리는 녀석이 나타나버린건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동복 버젼에서는 곤색의 양말을 신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어진 작품이란건 참 대단하구만.



   *



 영상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미코토와 얼굴이 새파래진 키리노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 하아… 하아…."

 "클날 뻔~. 죽는 줄 알았네 진짜."


 두 사람은 마주보고 서있었고, 아까까지 앉아있던 의자와 테이블은 타고 그을려서 약간 부서져 있었다.

 미코토가 숨이 흐트러진 채로 키리노를 가리켰다.


 "네 주장은 잘 알았다고. 지금까지 내가 연애 쪽으로 한심하게 굴었다는 건 인정할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ㅡ인생상담할게 있어."


 기묘하게도, 키리노가 나에게 했던 말과 같은 말이었다.

 키리노는 언젠가의 나와 같은 모습으로, 가슴을 펴고 선언했다.

 


 "미코토씨. ㅡ나한테 맡기라고!"


 이렇게 해서, 이번 방송의 본제인…

 전격소녀의 인생상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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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화「어떤 전격소녀(콜라보)의 인생상담(걸즈 토크) 후편」에서 이어집니다.

- 7월 11일 23:59 부로 본 소설 3화의 공개가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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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배로 늘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자로서는 길어서 좋긴 한데... 번역하려니까 미치겠네 ㅡㅡ


다음 4화는 좀 더 빨리 번역을...!

Posted by Lyler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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